[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최근 더마코스메틱 시장 성장과 함께 의약품이나 피부과 시술에 사용되는 성분을 내세운 화장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소비자 오인을 유발하는 허위·과장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 PDRN, EGF, 보툴리눔 톡신 유래 펩타이드 등 의료 분야 성분이 화장품 마케팅에 활용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의약품이나 시술과 유사한 효과를 기대하게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광고가 소비자 오인을 넘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화장품의 효능만 믿었다가 '비가역적(되돌릴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한 표시·광고 관리 기준과 정보 공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화장품 업계의 허위·과장 광고 중 대표적인 사례는 피부과 스킨부스터 시술(리쥬란 등)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알려진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이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 갑)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PDRN 화장품의 표시·광고 위반 적발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년간(2023년~2026년 상반기) 누적 적발 건수는 총 106건으로, 연도별로는 2023년 7건, 2024년 19건, 2025년 39건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상반기(1~6월)에만 41건이 적발돼 이미 지난해 전체 건수를 넘어섰다.
적발 유형별로는 '의약품 오인 우려 광고'가 81건으로 전체의 76.4%를 차지했다. 이어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받지 않은 성분을 기능성 성분처럼 광고한 사례가 7건,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는 광고가 18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사례는 총 11건이었다. 적발 사례에는 '엑소좀과 PDRN 시너지로 피부 재생·탄력 케어' 등 의약품 수준의 효능을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미백 기능성 성분이 아닌데도 '생성된 멜라닌 제거'를 내세운 광고, 화장품의 효능 범위를 벗어나 피부 속 침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사용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PDRN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피부과 주름 개선 시술에 활용되는 보툴리눔 톡신 유래 펩타이드와 상처 치료 분야에서 알려진 EGF(상피세포 성장인자) 역시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성분들이다. 현행 화장품법상 보톡스, 필러, 레이저 등 시술 관련 표현은 광고에 사용할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바르는 보톡스', '바르는 필러 크림' 등의 문구를 내세운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사제와 화장품의 작용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주사제는 피부 장벽을 통과해 진피층에 직접 전달되는 반면, 화장품은 주로 피부 표면에 적용되는 만큼 시술이나 의약품과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피·모발 시장에서도 허위·과장 광고 문제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다이소 등 생활용품 유통채널까지 탈모 관련 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 탈모 시장은 약 4조 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일부 제품은 기능성 화장품의 효능 범위를 넘어서는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식약처는 고시된 특정 성분을 일정 기준 이상 함유한 제품에 대해 별도의 임상시험 없이도 '탈모 증상 완화 기능성 화장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이를 실제 발모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탈모 샴푸 53개 제품 모두에서 허위·과대 광고가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38%는 '발모', '양모', '모발 성장' 등 치료 효과를 연상시키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계는 허위·과장 광고의 가장 큰 문제로 치료 시기 지연을 꼽는다. 피부 질환이나 탈모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소비자가 화장품 광고만 믿고 증상 개선을 기대하며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질환은 진행 정도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어, 화장품을 의약품이나 치료제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광고가 단순한 소비자 오인을 넘어 건강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처럼 허위·과장 광고가 반복되는 배경으로는 현행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꼽힌다. 적발 업체에 대한 처분 상당수가 광고업무정지 3개월 수준에 머무는 데다, 일부 업체는 행정처분 이후 기존 표현을 유사한 의미의 다른 문구로 변경해 광고를 이어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22년 '머리도 덜 빠지고'라는 표현으로 적발됐던 한 샴푸 브랜드는 최근 광고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양이 줄어드는 효과', 모발 굵기 증가를 '밀도 변화' 등으로 표현을 수정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 정보 접근성 강화 역시 개선 과제로 지목된다. 식약처는 '의약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허위·과장 광고 등 위반 품목을 공개하고 있으나 공개 기간이 제한적인 데다, 위반 광고 문구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행정처분 이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돼 소비자가 제품의 과거 위반 이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후 단속 중심의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제품의 성격을 보다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PDRN, 보툴리눔, 탈모 기능성 성분 등 의약품이나 시술 효과를 연상시킬 수 있는 성분을 활용한 제품의 경우, 해당 제품이 의약품이나 치료 목적의 제품이 아니라는 점을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표시·광고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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