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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이슈

하반기에도 질주하는 K-뷰티... 올해는 ‘상고하저' 공식 깨질까

4월 이후 수출 월 10억 달러 달성, 연간 수출 33% 증가 전망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수주에 이어 용기·임상까지 수혜 확산

 

[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국내 화장품 업계의 전통적인 '상고하저(상반기 고성장·하반기 둔화)' 흐름이 올해는 맞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통상 화장품 업종은 상반기에 실적이 집중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둔화되는 계절성을 보여왔지만, 올해는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유통 확대와 수출 증가,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계의 수주 확대가 맞물리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화장품 수출이 월 10억 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특정 브랜드의 히트 상품이나 중국 시장에 의존했던 과거의 성장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ODM·용기·유통·임상 등 산업 밸류체인 전반으로 수혜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들은 2분기 잇따라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로 2분기 코스맥스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5,000억 원을 넘어섰고, 실리콘투도 분기 매출 4,000억 원을 돌파했다. 한국콜마는 국내 ODM 업계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넘어섰으며, 코스메카코리아 역시 분기 매출 2,000억 원을 처음으로 웃돌았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권우정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사상 최초', '사상 최대'라는 표현이 이렇게 많이 등장한 사례가 없었다"며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단순한 기저효과가 아니라 국내 화장품 산업의 성장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올해 K-뷰티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해외 유통 구조의 변화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의 해외 판매는 아마존 등 온라인 플랫폼과 현지 리셀러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최근 미국과 유럽의 대형 오프라인 리테일러 입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세포라, 얼타뷰티(ULTA), 타깃(Target) 등 대형 유통망을 통한 판매가 확대되면서 K-뷰티가 온라인 중심의 틈새 시장에서 오프라인 주류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화장품 업종의 계절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중심의 해외 판매에서는 소비자가 실제 제품을 구매하는 시점에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블랙프라이데이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3분기에 재고 조정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프라인 리테일러는 4분기 성수기에 대비해 3분기부터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기 때문에 올해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3분기에도 해외 유통업체의 재고 확보가 이어지면서 하반기 실적이 예상보다 견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리콘투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리콘투의 2분기 매출을 보면 유럽은 전년 동기 대비 62%, 북미는 같은 기간 78%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얼타뷰티, 타깃 등의 주문이 크게 늘었고 유럽에서는 영국 부츠를 중심으로 주요 리테일러 주문이 증가했다. 특히 리셀러보다 리테일러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한국 화장품이 단발성 온라인 판매를 넘어 현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해 교보증권은 실리콘투의 올해 매출을 전년 대비 47.4% 증가한 1조 6,146억 원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은 2,942억 원으로 4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화장품 수출액 추이

 

 

해외 유통 확대의 기반에는 한국 화장품 수출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 4월 처음으로 월 10억 달러를 넘어선 이후 10억 달러 이상의 규모를 이어가고 있다. 7월 누계 기준 화장품 수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8월에는 지난해 낮은 기저효과까지 더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60%에 이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9월에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물량 선적에 따른 높은 기저가 있지만, 10~11월은 상대적으로 기저가 낮아 하반기 전체로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달바글로벌은 K-뷰티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오프라인 진출을 확대하며 매출이 전년 대비 39% 성장했다. 교보증권은 달바글로벌의 2026년 매출을 전년 대비 48.7% 증가한 7,629억 원으로 전망했다. 북미 매출은 115%, 유럽은 230%, 중화권은 9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국내 매출 증가율은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보다 해외 시장이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ODM 3사 분기별 매출액 YoY 성장률

 

 

수출과 해외 유통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는 ODM 업체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별로 보면 한국콜마의 올해 매출은 3조 1,38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436억 원으로 43.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 법인 매출은 1조 5,864억 원으로 33%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253억 원으로 50.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기초화장품 수출이 증가하면서 국내 생산기지의 가동률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ODM 고객군이 인디 브랜드에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콜마가 생산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150달러 이상 하이엔드 기초화장품이 지난 3월 출시됐고 8~9월 첫 리오더가 예정돼 있다. 과거 유럽에서 생산되던 고가 기초화장품을 한국 ODM 업체가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국 ODM 산업의 기술력과 생산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맥스 역시 2분기 국내 본사 매출이 처음으로 5,000억 원을 넘어섰다. 미국 법인은 2분기 영업이익률이 약 4% 수준으로 추정되면서 흑자전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됐다. 교보증권은 코스맥스의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8% 증가한 2조 9,69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코스맥스가 제조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쿠션 제품은 지난 5월 미국 시장에 출시된 이후 양호한 소비자 반응과 리오더를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쿠션 카테고리가 안착할 경우 한국 ODM 업체들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의 새로운 카테고리 수요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중소형 ODM과 원료 업체의 실적 개선도 확인된다. 제닉, 엔에프씨, 한국화장품제조, 제이투케이바이오 등 원료·ODM 4개사의 합산 매출은 2026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이는 2024년과 2025년의 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최근 반등한 화장품 수출 증가세가 대형 업체뿐 아니라 중소형 업체의 실적에도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분기 업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제닉은 3분기 매출이 2분기 대비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고객사인 바이오던스의 물량이 미국 아마존에 이어 세포라 등 오프라인 채널로 확대되고 있으며, 유럽향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던스는 현재 미국 세포라 스킨케어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개선도 뚜렷하다. 이들 4개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2023년 1분기 35억 원 수준에서 2026년 2분기 317억 원까지 증가하며 약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매출 성장뿐 아니라 이익 체력까지 함께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형 원료+ODM 4개사 합산 영업이익 추이

 

 

용기 업체 펌텍코리아도 해외 주문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2026년 매출은 4,429억 원, 영업이익은 703억 원으로 각각 19.1%, 24.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체적용시험 등 제품 개발 단계에서는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가 2분기 매출 66억 원, 영업이익 1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 83% 증가했다. 2분기 말 수주잔고도 약 80억 원까지 확대됐다.

 

결국 하반기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상고하저’라는 오랜 계절성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있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긍정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오프라인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3분기부터 선제적인 재고 매입이 발생하고 있고, 화장품 수출은 월 10억 달러 이상의 새로운 규모에 올라섰다. 여기에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ODM 활용이 늘면서 수출 증가가 국내 생산과 부자재, 유통업체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고 있다.

 

권우정 책임연구원은 :과거 K-뷰티가 특정 브랜드의 히트 상품과 중국 소비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미국·유럽의 유통망, 국내 ODM 생산능력, 수출 경쟁력 등 산업 인프라 자체가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한국 ODM을 선택했다는 점은 상징성이 크다"며 "이는 한국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생산기지를 넘어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가 K-뷰티의 ‘피크아웃’ 여부를 확인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과 오프라인 유통, ODM 수주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이어진다면 올해 화장품 업계는 기존의 ‘상반기 고성장·하반기 둔화’에서 벗어나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지는 ‘상고하저 탈피’​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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