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세화 기자] 미국과 캐나다의 관세전이 글로벌 뷰티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원료부터 유통까지 양국 간 교역 의존도가 높은 만큼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북미 화장품 시장의 공급망과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2일부터 화장품을 포함한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캐나다도 오는 9월 8일부터 일부 미국산 화장품에 최고 5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품목에는 향수, 화장수를 비롯해 메이크업·스킨케어, 헤어 제품 등 화장품 관련 품목이 포함됐다.
양국의 무역 갈등은 지난해부터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25년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경 보안과 펜타닐 밀수 차단 등을 명분으로 캐나다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캐나다도 미국산 제품에 맞불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했다. 이후 양국은 자동차·에너지 등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관세 부과와 유예, 보복관세를 반복하며 공방을 이어왔다.
특히 이번에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 화장품은 원료 조달부터 생산·물류·유통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북미 시장을 겨냥해 양국에 생산·물류 거점을 운영하고 있어, 관세 부담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입 가격 상승을 넘어 생산거점과 물류망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캐나다의 미국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캐나다 통계청(StatCan)에 따르면 지난해 캐나다의 화장품 수출액은 15억 3,700만 달러로, 이 가운데 대미 수출이 전체 72.7%(11억 1,7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캐나다에서 수출하는 화장품 10개 중 7개 이상이 미국으로 향하는 셈이다.
수입시장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은 크다. 지난해 캐나다의 화장품 수입액은 19억 800만 달러로, 이중 미국산은 44.8%(8억 5,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미국산 수입액은 전년보다 21.1% 감소한 반면 한국산 화장품 수입액은 2억 5,9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49.7% 증가했다. 한국의 캐나다 화장품 수입시장 점유율은 13.6%로 프랑스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북미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침투가 빨라지는 가운데, 양국의 관세전 장기화가 K-뷰티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산과 캐나다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면 유통업체는 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급처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캐나다 시장에서 이미 한국산 화장품의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어 K-뷰티가 새로운 대체 공급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K-뷰티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7.3% 증가한 70억 달러로 역대 상반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미국 수출액은 14억 5,000만 달러로 전체의 20.7%를 차지해 국가별 1위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41.5% 증가했다. 미국이 지난해 처음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위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다만 관세전이 K-뷰티에 일방적인 호재로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공급망이 서로 얽혀 있는 만큼 글로벌 브랜드의 생산·물류 전략이 바뀔 경우 한국 기업에도 원료 조달 비용이나 물류비 상승, 유통망 변화 등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관세가 장기화할수록 현지 생산망을 확보한 기업의 경쟁력도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화장품 제조업체들이 캐나다에 생산·유통 인프라를 구축해 온 것도 북미 시장의 높은 상호 의존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로레알과 에스티로더는 캐나다 화장품 제조시장에서 약 5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로레알 캐나다는 몬트리올을 거점으로 제조·물류·유통 인프라를운영하고 있으며, 에스티로더는 캐나다 화장품 기업 데시엠(DECIEM)을 보유하고 있다. 데시엠의 대표 브랜드는 스킨케어 브랜드 ‘디 오디너리(The Ordinary)’다.
국내 ODM 기업 가운데서는 한국콜마처럼 북미 양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한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미국과 캐나다에 각각 대규모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별 물량을 조정·이관하는 등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북미 시장에서 관세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국의 무역장벽 높아지면서 글로벌 화장품 산업의 통상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저가 수입품에 대한 관세 면제 제도를 잇달아 축소·폐지하면서 소액 해외직구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글로벌 전자상거래 모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영국은 2028년 10월까지 135파운드(약 25만 9,000원) 이하 저가 수입품에 적용하던 관세 면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저가 수입품 통관·관세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당초 2029년 3월까지 제도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시행 시점을 6개월 앞당겼다. 지난달 법안 초안과 제도 개편안을 공개했는데, 정확한 시행일과 세부 신고·납부 방식은 후속 규정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EU는 지난 7월 1일부터 150유로(약 24만 6,000원) 이하 소액 화물에 대한 기존 관세 면제를 폐지하고, 상품 유형별 3유로의 임시 정액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 조치는 2028년 7월 1일까지 적용되며 이후에는 상품별 정상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은 역외 저가 수입품 전체지만, 시장에서는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겨냥한 조치로 보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계 플랫폼은 저가 상품을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 왔으나, 소액 화물에 대한 관세 면제가 사라지면 상품 가격뿐 아니라 통관·신고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한국산 화장품 역시 이 같은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저가 수입품에 대한 관세와 통관 규제가 국가별로 강화되면 한국산 제품 역시 해외 직배송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행정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수출기업은 관세율뿐 아니라 원산지 규정, 품목분류, FTA 특혜관세, 현지 물류 및 재고 운영 방식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다만 중국산 초저가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K-뷰티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의 오프라인 유통 접점이 확대되는 가운데, 가격만으로 경쟁하는 저가 제품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효능을 앞세운 한국 화장품이 대체 공급처로 부상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주요국의 관세정책 변화가 글로벌 공급망과 유통 구조를 재편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국·캐나다의 상호 관세와 영국·EU의 소액 수입품 과세 강화가 이어지면서 생산국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방식의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K-뷰티 기업들도 생산거점 현지화, 물류·유통망 확보 등 시장별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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